리언 레더먼, 크리스토퍼 힐의 <대칭과 아름다운 우주>를 읽어보았습니다.
물리학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꼭 권하고 싶은 책!! 입니다. 물리학의 중요한 법칙들을 자연속에 숨어있는 대칭으로부터 이끌어 내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고나 할까요. 16세기 뉴턴에서 부터 시작되어 현대에 이르는 물리학 전반의 역사, 그리고 우주의 시초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시간과 공간을 대칭의 원리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전에 읽었던 물리 책 등에서 대칭에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고 싶어서 인터넷 서칭을 통해서 이 책을 알게 되었는데요. 400쪽 밖에 안 되는 책이지만, 여러 일에 채여서 2주동안에 다 읽게 되었네요. 초반부는 어느 정도 익숙해서―일전에 제가 포스팅한 물리 법칙의 대칭성에 관한 내용―약간 지루했었는데, 반전성(Parity) 대칭부터 시작해서는 쉬지 않고 계속 읽을 정도로 흥미가 있었습니다. 지난번 책 <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에서 애매하게 개념만 잡고 있었던 "게이지 대칭성"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었구요. 전체적으로 저자들이 간단한 상황과 예를 들어 자세히 설명해주는 게 책을 읽는 내내 느껴졌습니다
책의 전체적인 흐름은 '뇌터의 정리'로 부터 출발합니다. 에미 뇌터(Emmy Noether)는 주로 대수 분야에서 유명한 독일의 여성 수학자입니다. 뇌터는 물리학의 전체를 꿰뚫는 중요한 Point 뇌터의 정리를 고안해 냈습니다. 그 내용인즉슨, "물리법칙의 모든 연속 대칭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보존 법칙이 존재한다. 모든 보존 법칙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연속 대칭이 존재한다." 라는 것입니다. 즉 우리가 알고 있는 보존 법칙들 기저에 깔려있는 대칭이라는 원리가 있다는 것이죠. 대표적인 것으로 알고 있는 세 가지 보존량, 에너지/운동량/각운동량의 보존은 각각 물리 법칙의 시간 대칭, 병진 대칭, 회전 대칭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병진 대칭을 예로 들어 봅시다. 먼저 대칭(symmetry)에 대해 얘기하자면, 대칭이란 어떤 변화(A)를 줘도, 변하지 않는 것(B)이 있으면 B가 A에 대해 대칭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정사각형의 경우 중심축을 놓고 좌우로 뒤집으면, 모양이 변하지 않기 때문에 정사각형의 모양이 좌우 뒤집기(반사)에 대해 대칭이라고 말하는 것이죠. 내가 지금 있는 이 위치에서 작용하는 물리법칙은 한 1m 정도 옆으로 움직여도 물리법칙이 똑같다는 것이 병진 대칭입니다. 물론 1m가 아니라 1km,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도 가능하고 작게는 1cm, 머리카락의 굵기, 나노사이즈 까지 움직일 수 있겠죠. 뇌터의 정리로 진술하면 어떤 물리계에 상호작용을 나타내는 물리법칙―즉 뉴턴의 제 3법칙―이 공간 상에 있는 어떤 곳에서도 불변이기 때문에 물리계에 있는 입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은 뉴턴의 3법칙에 의해서 서로 상쇄되어 운동량이 그대로 유지 된다는 것이죠.
관성도 마찬가지로 대칭의 원리로 이해하면, 어떤 등속도로 운동하는 관찰자에게서도 물리법칙은 같게 보인다는 것으로부터 도출됩니다. 또한 상대성이론으로 가서 광속불변의 원리를 적용하면, 불변 간격(invariant interval)이 모든 관측자에 대해서 일정하다는 것을 보이고, 그 대칭변환은 로렌츠 변환이 됩니다.
그런데 위에 설명한 대칭들은 모두 연속 대칭입니다. 연속이라는 말은 가능한 변환의 가짓수가 무한히 많다는 것을 뜻합니다. 아까 설명한 것처럼 공간상의 위치에서 나노사이즈만큼 작게 움직이거나 태양계의 크기만큼 크게 움직여도 물리법칙이 불변이 됩니다. 즉, 이동하는 거리 자체는 0.1, 0.01, 0.001 등 아무 값이나 가질 수 있는 것이죠. 반대의 의미는 이산 대칭인데, 예로 정삼각형을 중심을 축으로 회전시킨다고 합시다. 그러면 회전시켜서 다시 원래의 정삼각형이 되려면 120도, 240도 등과 같이 몇 개의 특정한 값만 가능한 것이죠. 뇌터의 정리는 연속 대칭에서만 보존되는 양이 존재하고, 이산 대칭성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산 대칭에 대해서는 물리법칙이 진짜 변하는지 안 변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성립하지 않는 것이 실험적으로 밝혀졌습니다. 반전성(Parity) 대칭 또는 P대칭 이라고 하는 것은 거울 속의 세계, 즉 좌우가 뒤 바뀐 세대에서 같은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뮤온(muon)의 붕괴에 관한 실험에서 이 대칭이 성립하지 않는 것을 발견했죠. 또 다른 이산 대칭으로는 전하 켤레 대칭 또는 C대칭(charge conjugate)과 시간 역전 또는 T대칭이 있는데, 이 세 개를 모두 결합한 CPT대칭은 성립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핵심적으로 자연의 근본적인 대칭성인 게이지 대칭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게이지 대칭성은 자연에 존재하는 기본적인 네 가지 힘과 관련되어 있어서, 가장 근본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입자가 서로 상호작용할 때, 또 다른 입자인 게이지 입자를 매개로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입자의 상태가 '게이지 장'이라고 불리우는 것하 고 혼합되어서 변하지 않는다는 굉장히 추상적인 이론입니다. 전자를 예로 들어서 설명하면, 전자를 가속하면 운동량과 에너지가 바뀌죠. 그러면서 광자(빛)이 방출됩니다. 이 빛이 바로 전자기력에서 게이지 장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전자의 운동량이 p에서 p'으로 바뀌었다고 하면, 광자의 운동량이 p-p'이라서, 가속이 일어나기 전과 후의 운동량이 게이지 장을 더하면 불변이라는 것이죠. 여기에 해당하는 보존 법칙이 바로 전하량 보존 법칙입니다.
이러한 게이지 이론으로 전자기력과 약력을 통합하고 강력을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즉 대칭이라는 원리 하나 만으로 근본적인 힘들, 입자들이 대체 왜 그렇게 행동하는 가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죠. 정말 아릅답지 않나요? 아직 중력이라는 힘에 대해서는 일반상대론 이후에 미지의 영역이고, 이 네 가지 힘들이 어떻게 분리되었는가 하는 것도 모릅니다. 고에너지 입자가속기 실험으로 많은 결과를 얻어낼 필요가 있죠. 하지만, 인간이 만들 수 있는 에너지보다 더 높은 영역의 실험이 필요하다면, 이 근본적인 자연의 법칙은 사람이 증명할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덧 : 진짜 잘 쓴 책인 것 같습니다. 책 하나를 읽고 이렇게 완결된 느낌이 들었네요. 복잡한 수식을 사용하지 않고 어려운 이론을 깔끔하게 설명한다는 게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저자들의 직관과 통찰력이 대단하네요. 그러기에 노벨상도 수상한 것이겠죠.
3/15 - 이강영 교수의 LHC 책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U(1), SU(2), SO(3) 이것들의 의미를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네요. 이 책 뒤에 연속 대칭군이라는 이름으로 간단히 나오기는 합니다. Lie Algebra라고 하는 분야인데, 이것을 이해하려면 어느 정도 내공이 쌓여야 되겠죠.
'책 > 일반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수의 구조와 관련된 생각들 : 소수 공상 (0) | 2014.04.07 |
---|---|
평범한 수학자의 인생 이야기 : 학문의 즐거움 (0) | 2014.04.02 |
푸리에 변환과 그 의미 : 수학으로 배우는 파동의 법칙 (0) | 2014.03.30 |
CIA의 거짓말 탐지 방법 (0) | 2014.03.02 |
현대 물리학의 흐름 : 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 (0) | 2014.0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