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이라고 하는 책 제목에서 보듯이 작가인 옥스퍼드대 김민형 교수가 소수에 관한 생각을 좀 횡설수설하게 써 놓은 책입니다. 책의 머릿글에서부터 이 하나의 책 자체가 '서론'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길지 않은 분량에 내용도 띄엄띄엄이라 생각보다 금방 읽을 수 있었습니다.
책의 구성은 독특합니다. 저자가 머릿글에서 언급한 바로는 역순으로 저술했다고 했는데, 결국 그가 마지막에 말하고자 하는 것을 위해 앞 장의 내용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장부터 0장, 1장 까지는 수와 공간의 기본적 개념과 수 체계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김민형 교수의 본격적인 논의는 2장부터 시작되는데, 여기서 그는 수 체계에서의 본질적인 연산이 덧셈이 아니라 곱셈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는 물질을 하나의 상태공간으로 규정함으로써 애매한 물질간의 경계를 어느정도 정확하게 나타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즉, 우리가 사과라는 물질을 생각했을 때, 어느 것이 사과이고 어느 것이 바나나인지 구분짓기 위해서 다양한 사과들을 모은 집합을 정하는 것입니다. 집합은 알다시피 하나의 공간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R = 직선, R^2는 평면과 같이 말이죠. 그래서 사과라는 그런 특성을 가진 집합 = 공간으로 사과를 나타낼 수 있다, 더 정확히는 집합 = 공간 = 사과다. 라는 것입니다.
이제 곱셈이 본질인 이유는, 그런 곱셈이 바로 물질의 합성(composition)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물질 S와 물질 T를 합성하면 S와 T의 곱집합이 합성한 물체의 상태공간이 된다는 것입니다. 즉, 우리가 예를들어 수소를 생각하면 양성자의 상태공간 P와 전자의 상태공간 E를 곱한 것이 수소의 상태공간 $E\times P$라는 것이죠. 이렇게 곱집합은 자연스러운 물리적 해석이 가능하지만, 합집합의 경우는 다릅니다. 이게 덧셈과 곱셈의 중요한 차이라는 것이죠. $E\cup P$라고 하면 E이거나 P라는 소리인데, 전자이거나 양성자이거나 뭔가 이에 해당하는 무언 가라고 딱히 정의할 만한 게 없죠. 그래서 합집합에 대한 자연스러운 물리적 해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위에 했던 방법처럼 수소를 양성자와 전자의 곱집합 = 곱공간으로 '분해(decomposition)'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또 더 기본적 입자들로 분해하는 것은 바로 우리가 정수를 잘게 쪼개는 과정인 소인수분해와 같습니다. 그래서 결국 어떤 물질의 상태공간을 기본입자들의 상태공간의 곱집합으로 '분해'하다 보면 더 이상 나눠지지 않겠죠. 이러한 비유는 물질과 기본입자간의 관계가 소수와 정수와의 관계와 같다는 것을 의미하면서 소수의 중요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소수를 여러 개의 합동류(congregence class)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수가 이런 합동류들에 동등하게 나타나며, 이런 소수의 밀도의 관련된 여러 가지 것들을 소개하며, 가우스 정수의 개념을 도입합니다. 가우스 정수는 C의 부분집합으로 a+bi로 나타내는 정수쌍 (a, b)를 말합니다. 즉 Z^2과 대응되겠죠. 양자역학에서 나타나는 복소수의 해석을 위해서 결국 기본입자는 소수가 아니라 가우스 소수에 대응되는 개념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가우스 정수 또한 쪼갤 수 있다는 것이죠. a+bi+cj+dk 이런식으로. 그걸 계속 할 수 있으니까 Z^4, Z^8, ... 이런 식으로 하다보면 기본입자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하는 물음에 부딪힙니다.
이 모든 내용과 생각에 당장 저자가 대답하는 답변이나 결론은 없습니다. 그냥 그런 개념과 아이디어를 소개하면서 현재, 그리고 당장 앞으로 소수에 관해서 다루어질 연구를 소개하는 것이 다입니다. 저자가 서두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책을 하나 더 쓴다면 그것에 대해 관련된 책을 쓰고 싶다고 했는데, 이 책도 기대가 되는 바입니다.
어쩌다 보니 저도 두서없이 써 버린 것 같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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