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되는 책 : 팝콘과 아이패드
이번 포스팅은 리처드 맥킨지의 <팝콘과 아이패드>를 소개합니다.
이 책은 원저 Why Popcorn Costs So Much at the Movies 를 번역한 경제학 분야의 책입니다. 역시 도서관에서 제목이 맘에 들어서 골랐는데, 내용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평소에 우리가 가지고 있던 '가격'에 대한 여러 가지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설명해주는 책입니다.
가격에 관한 가장 기초적인 경제학 설명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균형가격이 결정된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것 만으로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가격이 너무 많습니다. 영화관에서 파는 비싼 팝콘 가격은 실제 팝콘 가격보다 수십배나 비쌉니다. 또 영화표에는 영화가 인기가 있든 없든 동일한 가격을 매기죠. 그리고 심지어는 가격이 0원 혹은 마이너스 가격 ( 즉 생산자가 구매자에가 돈을 지급하는 경우) 인 것도 있습니다.
맥킨지 교수는 이러한 우리 생활 속에 이해할 수 없는 가격들에 대해 의문을 품고, 그것들을 경제학 원리로 매듭을 풀듯이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가격에 일반적인 통념과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새 차를 영업소에서 사자마자 그 가격이 뚝 떨어져 중고차가 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는 소비자들이 '새 것의 느낌'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20%나 가격이 하락하는 이유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것보다 더 합리적인 설명으로 구매자와 판매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이라고 얘기합니다. 구매자는 판매자의 차의 품질에 대해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기 때문에 '위험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이죠. 중고차 시장에 내놓는 차는 판매자는 차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지만, 구매자는 이를 얼마나 사용했는지/어떤 결함이 있는지 모릅니다. 이러한 위험비용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차를 수리함으로서 생기는 기타 비용들'의 차이만큼 가치가 하락한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면 '영화표 값이 같은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수요-공급 논리를 따르면 당연히 영화관은 영화가 인기가 증가하여 수요가 올라가면 가격을 올리고, 인기 없는 영화는 가격을 내리는 것이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겠죠. 하지만, 흥행하는 영화던지 실패작이던지 모두 같은 가격을 매기고 있습니다. 당장 연극이나 콘서트만 생각하더라도 인기 있는 것은 가격을 높게 매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하필 왜 같은 가격일까요? 일반적인 생각은 '영화관이 가격을 올리면 관객이 동요하여 수요가 줄어든다'라거나 '1주일 뒤에 흥행한 영화에 대해 가격을 올리면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인데, 이러한 관점은 문제가 있습니다. 가격을 올린다고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가격이 인기를 나타내는 지표가 될 수 있고 이미 어린이/성인과 같이 영화표의 가격을 계층별로 구별하고 있다는 것이죠.
여기서는 이를 영화산업만의 고유의 특성때문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영화가 성광할 지 망할 지, 영화 제작사를 포함해서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죠. 이런 극도의 불확실성 때문에 흥행을 예측하여 가격을 높게 매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죠. 스타의 출연이나 마케팅과 같이 영화의 흥행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 있지만, 결국 상영되기 전까지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면 나중에 가격을 올리는 경우는 어떨까요? 만약 영화관이 1주일 뒤에 확실히 인기 있는 영화에 대해 가격을 올린다면 가격의 증가만큼 수요량이 줄어들겠죠. 영화는 각 영화 하나하나가 완전히 다른 독립적인 것이므로 구매자들이 영화를 보기로 결정하기 위해서는 이전 구매자들이 얘기해주는 정보나 '소문', 감상평 등에 크게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수요량이 줄면 이러한 정보의 흐름이 줄어들기 때문에 가격을 올리는 것보다 그대로 두는 것이 오히려 더 낫다는 것입니다.
이번 학기에 경제학에 흥미가 있어서 가장 기초적인 강의를 수강하고 있는데, 강의시간에 배웠던 수요-공급의 법칙이나 기업의 이윤극대화가 실제 생활에 나타나는 특이한 가격들에는 전혀 와닿지 않았습니다. 이 책을 보니까 확실히 실제 경제현상은 기초적인 경제학 모델과 많이 벗어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특히 경제적 선택에 있어서 '정보'가 큰 역할을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소비자들을 실제로는 어떤 상품에 대한 시장 전체에 있는 가격들을 전부 알 수 없고, 이 정보를 알아내는 것이 '조사비용'으로 계산된다는 것, 그리고 이 '비용'이 크면 클수록 다른 소비자보다 비싼 가격을 주더라도 제품을 구입한다는 것이죠. 즉, 소비자는 조사비용이 클수록 '합리적인 무지'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미시경제학에 포함되는 '정보경제학'이라는 분야가 있는데,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에 대해 깊이 다룬다고 합니다. 이 책에 대부분의 내용도 정보경제학으로 설명이 되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앞으로 경제학을 좀 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