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

겉보기힘과 등가원리

Fleche 2014. 2. 19. 22:20

 유사힘(Pseudo force, 겉보기힘)이라는 것은 비관성계에서 나타나는 힘입니다. 비관성계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비관성계는 말 그대로 '아닐 비(非)'자를 써서 관성계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관성계라는 것은 뉴턴의 법칙을 만족시키는 좌표계입니다. 어, 그런데 뉴턴의 법칙은 원래 만족시키는 거 아닌가요? 지난 포스팅에서 살펴봤듯이, 좌표계를 평행이동하거나 회전시켜도 뉴턴의 법칙이 그대로 성립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좌표계가 이렇게 단순히 멈춰있지 않고 움직인다면 어떨까요?


 전 포스팅과 같이 xyz라는 좌표계와 x'y'z'좌표계를 생각해봅시다. 편의상 좌표계가 x축으로만 운동한다고 가정하고 두 좌표계 사이의 거리를 s라고 하면 다음 관계가 성립합니다.



이제 하나의 좌표계가 u의 속도로 등속 운동을 하는 경우를 살펴봅시다. 이 경우 ds/dt = u 가 됩니다. 하지만 u는 상수이기 때문에, du/dt = 0이 되어 위 식을 두 번 미분하게 되면 좌변과 우변이 같게 됩니다. 즉 평행이동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정지한 좌표계와 등속도 운동을 하는 좌표계 사이에 동일한 물리 법칙이 적용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 때 좌표계를 관성계라고 부릅니다.


 만약 s = at²/2 이면, ds/dt = at 이고 d²s/dt² = a로 등가속도 운동을 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 각 좌표계에서 뉴턴의 법칙을 살펴보면



가 됩니다. 즉 좌표계가 가속되고 있기 때문에, -ma라는 항을 추가시켜야만 뉴턴의 법칙이 맞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좌표계를 비관성계라고 합니다. 비관성계에서 나타나는 -ma라는 항, 뉴턴의 법칙에 추가시켜야 하는 이 항을 '유사힘'이라고 부르고 유사힘을 적용시킴으로써 뉴턴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지요. 정지한 좌표계에서 정지해 있는 책은 아무런 힘도 작용하지 않지만, 비관성계에서 살펴보면 -ma라는 힘이 작용하여 물체가 뒤로 가는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이러한 유사힘의 대표적인 예로 원심력(centrifugal force)가 있습니다. 관측자의 좌표계가 회전 운동을하고 있으면 관측자는 바깥으로 쏠리는 힘을 받게 되죠. 원심력도 마찬가지로 유사힘으로 관측자가 회전 운동하는 좌표계, 즉 비관성계에 있으므로 생기는 것입니다.


 유사힘의 중요한 특징은 바로 -ma, 즉 좌표계의 가속도와 물체의 질량을 곱한 힘이라는 것입니다. 유사힘은 힘의 크기가 항상 질량에 비례한다는 것이죠. 어? 그런데 중력도 항상 질량에 비례하는 힘이지 않나요? 그렇다면 혹시 중력도 유사힘인 것은 아닐까요?? 이것을 생각한 것이 바로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유사힘과 중력이 완전히 동일하다고 하는 등가 원리(equivalence principle)를 주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아무 힘이 작용하지 않는 무중력 상태의 우주에 엘리베이터가 있다고 합시다. 이 엘리베이터가 중력가속도와 같은 크기로 위로 가속한다면(9.8m/sec²)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는 사람은 지구상에 정지해 있을 때와 똑같은 힘을 느낀다는 것이죠.



 그러면 여러분의 위쪽방향으로 지구가 가속운동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중력이 유사힘과 같다는 것일까요? 아인슈타인은 시공간의 기하학적 구조를 통해 중력을 유사힘과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시공간이 휘어져 있기 때문에 힘이 작용한다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지요. 이 말은 무슨 말 인지 설명하기 위해 예를 하나 들면, 지구의 북극에서 두 물체를 90도 각도로 발사한다고 합시다. 발사한 두 물체는 구면을 따라 서로 멀어지다가 다시 가까워지겠죠. 하지만 만, 우리가 2차원 공간에 사는 개미, 즉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두 물체는 영원히 멀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면 상에 놓인 두 물체에는 어떠한 힘도 작용하지 않는데, 그 2차원 공간이 휘어져있어서 서로 가까워지는 인력이 작용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질량이 큰 물체가 있어서 시공간이 휘어지고, 시공간의 휘어짐 때문에 유사힘(중력)이 작용한다고 말하는 것이죠.


 

 실제로 이 시공간의 휘어진다는 증거는 이른바 '중력 렌즈'현상을 통해 확인되었습니다. 중력 렌즈 현상은 질량이 큰 별 뒤에 있는 천체가 그 주위로 퍼져서 보이는 현상입니다. 천체가 관측되기 위해서는 빛이 관측기구를 통해 들어와야 하는데, 시공간이 평평하다면 빛은 직진하므로 앞에 있는 별에 가려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면 질량이 거대한 별은 시공간을 휘게하여, 빛이 휘어져 진행하므로 위 그림과 같이 하나의 천체가 주위로 넓게 퍼져 보이는 것입니다.